나의 이야기(市 능선)
동태 할머니
능선 정동윤
2015. 2. 12. 15:35
동태 할머니/정동윤
후암 시장 구석에
생선 좌판 펼친 할머니
명절마다 동태포 찾는
단골들 때문에 몸살이 난다
동태포는 꽁꽁 언
동태상자의 해체부터
시작된다,
상자를 번쩍 들어
시장 바닥에
내리꽂으면 금이 가고
한 마리씩 분리시킨다,
쓸모없는 대가리는
도끼칼로 단숨에 토막 낸다
목을 움츠리는 놈이 있어도
두어 번 찍히면 끝이다,
맞은편 대형 슈퍼 주인은
새벽 셔터를 올리며
노점의 동태 할머니 옆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할머니가 굽은 허리 펴고
노숙자 쉼터에 갖다 주고 남은
저 대가리 몇 점 주신다.
무, 두부, 고춧가루 넣고 국을 끓이면
맵고 짜고 뜨거운 할머니의 한 생애가
양념처럼 스미어 얼큰한 맛을 돋운다.
시장 골목이 뜨뜻하다
옆의 조갯살 할머니도
배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