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이규웅의 꽃 수채화

능선 정동윤 2015. 4. 20. 09:27

한 곳을 오래 바라보고

본 곳을 깊이 내려다보고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고

그 삶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궁금하여 다시 찾아보고

그러면 조금의 안목이 생길까?

 

친규 규웅이의 수채화에서 꽃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을 읽어본다.

해바라기처럼/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 상대도 안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휙 넘겨다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잎은 사자수염,

부릅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 없다

먼 산을 넘어 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를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 음악이다

 

해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집실 같은 보드라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손가락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신고 온 우리 아버지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 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훤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연잎에 맺힌 수정 몇 알

미처 떠나지 못한 외로움의 결정체

정오의 햇볕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날

모든 그림자 발 밑으로 숨기고

눈부시게 피어난 하얀 연꽃

그 마음 속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분을 품고 계신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목화

솜사탕보다  달콤하게 피어 난

하얀 꽃송이,

크게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배경은 흐리게 자신은 돋보이게.

여름과 가을 지나

따스한 겨울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