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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일보

능선 정동윤 2015. 5. 14. 15:42

월면 채굴기

                              -  류성훈

 


몸 누일 곳을 모의하러 온 새 몇 마리가

소독된 달 표면을 마름질했다

실외흡연구역의 담뱃불이

바람 안쪽에 수술선을 그었을 때

세 번째 옮긴 병원에서도 아버지의 머릿속

돌멩이는 깨지지 않아

한 몸 추슬러 가던 길들만 허청거렸다

온 세상이 앓으면 아픈 게 아니고

매일 아프면 그것도 아픈 게 아니라고

위독한 시간들을 한 곳에 풀어놓으면서

아버지가 고요의 바다 어디쯤을 채굴하고 있었다

병들도 힘 빠질 무렵

두개골을 망치질하는 마른기침이

울퉁불퉁한 삶 쪽으로 흔들렸다

몸속의 돌은 달 뒤편의 돌 같아

닳고 닳은 땅 밑보다도 단단하고

검을수록 깊은 광맥에 이어져 있는데

어느 갱도에서 그는 길을 잃었을까

저 큰 굴착기가 가지고 나올 단단한 돌

돌아와 때때로 돌아눕던 그는

다리의 성근 터럭을 젊은 내게 보여주었다

달의 얼룩이 지구에 뿌리를 내린 날

아무에게도 거기서 뭘 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창 밖 저탄 더미. 캐낸 달빛이

벌써 내게 문병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