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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전북 도민일보
능선 정동윤
2015. 5. 14. 15:43
철새를 만나다
- 홍철기
문득
뭇별들의 제자리걸음이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게 하는 밤
안개 속 방파제는
육지로 난 길 인양
어서 나아가 보라며
건너가 보라며 나를 부르는데
엉겨 붙어 나를 말리는 바람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울먹일 때
빈 껍질만 남아 뒹구는 희망
피난민처럼 몰려왔다
이젠 떠나고 싶은데
갈 곳이 없는지 멍자국 같은 사연
하나 둘 모여 불을 밝히고
마을을 이루고 그래서 한세상
어우러진 잡풀처럼 흔들릴 때
알고 있었다 저마다 소금에 저린
마음 한 다발씩 묶어 쌓아두고 있음을
맨 정신에 타오르지도 못했던
마음 불쏘시개 삼아
한 잔 두 잔 마신 술에
취하기는 바다가 취하고 끝내
바락바락 악을 쓰며 달려들다 고꾸라지며
살 아 야 하 나
이어지지 못하고 부서져 되돌아가 버리는 말
담뱃재 떨듯 매일같이 칭얼대는
희망쯤이야 쉬이 떨어내면 그만이라고
말보다 먼저 떠난 파도가
다한 힘으로 와 쓰러질 때.
저기 저 봉두난발한 바닷바람
사이 위태위태하게 날아가는
철새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