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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세계일보

능선 정동윤 2015. 5. 14. 15:53

樂想 (악상) 외 1편

홍문숙

 

 

이 많은 선율들은 어느 음계를 찾아 헤맨 것들일까

나는 아직도 어떤 언어들이 오전의 숲에 들러

또 다른 선율을 갈아입는지 알지 못한다

어제도 나는 상한 언어들과 하루치의 이마를 짚으며

강 건너 도시를 헤매었다

정오를 넘겨도 되살아나지 않는 새벽녘 꿈의 불협들

애시당초 이 아름다운 선율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돗물은 쉽사리 斷水를 풀지 않았고

메마른 손잡이와 외출은 허용하지 않는 문들마다

저묾이 들어차고 있다

집을 갖고 있는 것은 고독을 지켜내는 일이다

고독한 자의 고독을 깨우는 일이다

덜 잠근 수도꼭지에서

똑 똑 똑 맺히는 고독의 간격을 헤아리고 있었을까

어떤 선율도 음계를 찾지 못하는 건

건너 편 숲이 음흉스럽기 때문이다

하루가 짧아서다

내가 외로운 건 타인들의 망각이 많아서다

창밖을 넘겨보자 언제 피워 올렸는지 어제의 파줄기 하나

흰 씨앗을 연주하고 있다

 

 

저녁창 / 꽃술

 

 

얼마나 되었을까

아직 덜 저문 고요에 등을 대고서

붉은 저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압정같은 어둠이 박힐 것이고

생각들이란 이럴 때

희미한 체온을 더듬듯 이마 끝으로 몰리곤 한다

어제도 저녁의 불안은 뜰 밖 목련이

먼저 알아챘었다

불안을 식별하는 것엔 흰빛들이 더 치명적인 걸까

집 밖 오솔길도 중얼중얼 문가로 모여들고

이 순간 나는 거품처럼 가벼워진다

부주의하게 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원했던 것도 아니니 눈을 돌렸어야 했다

망각 이외의 휴식이란 없듯

창가에 걸린 달이 위태롭다

그렇게 나는 세상의 가장 낮은 바닥으로

그리움일 거라던 하늘을 꼭꼭 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