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목숨/신동집

능선 정동윤 2015. 9. 30. 15:39

목숨

 

신동집

 

목숨은 때 묻었나.

절반은 흙이 된 빛깔

황폐한 얼굴엔 표정이 없다.

 

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

너랑 살아 보고 싶더라.

살아서 주검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

 

억만 광년의 현암(玄暗)을 거쳐

나의 목숨 안에 와 닿는

한 개의 별빛.

 

우리는 아직도 포연(砲煙)의 추억 속에서

없어진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

따뜻이 체온에 절어든 이름들.

 

살은 자는 죽은 자를 증언하라.

죽은 자는 살은 자를 고발하라.

목숨의 조건은 고독하다.

 

바라보면 멀리도 왔다마는

나의 뒤 저편으로

어쩌면 신명나게 바람은 불고 있다.

 

어느 하 많은 시공이 지나

모양할 수 없이 지워질 숨자리에

나의 백조는 살아서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