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태안 솔향기길

능선 정동윤 2016. 3. 1. 21:39

어디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혼자 먹어야할 때

이 요리를 누구와 함께 먹었으면 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만약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는 아주 강한 신념을 가졌거나,

당시의 상황이 그다지 편치 않는 경우일 것이다.

 

 

언젠가 혼자 조용히 걷고 온 길이 있었다.

이 길을 누구와 함께 걸었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누더기 같은 일상에 덮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길이 바로 태안 솔향기 길이다.

 

 

삼일절 이틀 전에 아내와 솔향씨가 의기투합하여 삼일절 휴일에

갈 곳을 추천하라기에 이곳을 제안하였는데 남편들도 기꺼이 끼워주었고,

꽃샘추위와 환절기를 감안한 망설임도 있었지만

4명이 근모차로 태안으로 향했다.

 

 

최근 몇 달간 이런저런 이유로 북아등도 하지 못하고

맘 먹고 여행도 떠나지 못하여 꽤 갈증이 심했는데 모처럼 서울을 떠나

당일치기지만 도로와 길 위에서 하루를 잘 보내다 왔다.

 

지하철 구로역 앞에서 만나 태안 만대항까지 승용차로 2시간이 걸렸고,

만대항에서 꾸지나무해수욕장까지 4시간 반이 걸렸다.(근모 속도로)

돌아오는 길도 막히지 않아 편하게 다녀왔다.

 

 

해안에 즐비한 방풍림은 거의 수피가 검은 곰솔이다.

소금끼에도 강한 소나무이지만 최근 솔껍질깍지벌레의 공격으로 솎아베기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덕분에 전망은 오히려 좋아졌다.

 

이 일대는 태안국립공원의 일부이지만 솔향기길은 사유지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방문객 유치를 위한 인위적 시설물을 맘대로 설치하지 못하여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보존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인간이 손되기 시작하면 자연을 금방 파괴된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찾아가도 괜찮은 숲길 걷기 코스이며

난이도는 '불이토'급이고 만족도는 '프로투'급이다.

시작과 종점의 식당들은 전화하면 언제든지 달려 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의 스폰서는 근모가 맡았다.

잘 다녀왔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