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6. 3. 28. 12:31

 

서울제비꽃/정동윤

 

내 은퇴의 들판에

꽃샘추위가

오랑캐 쳐내려오듯

느닷없이 달려든다.

 

말죽거리공원

양지바른 곳에 핀

제비꽃 한 송이,

구도자처럼 엎드려보니

등산화에 묻은

적막과 우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작게 살아도

당당한 제비꽃 한 송이

슬며시

내 휴대폰에 자리잡는다.

 

손바닥 안에서

해바라기보다 커진

키 낮은 생명이

의미 이상의 의미로

제 갈 길

씩씩하게 가는 모습,

 

내 휴대폰은

덩달아 재충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