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엄마 걱정/기형도

능선 정동윤 2011. 8. 17. 08:07

엄마 걱정/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으로 방을 당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홀로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