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6. 4. 17. 23:55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꽃도

열매도

향기도 그저 그렇지만

 

가늘은 잔가지

골고루 펼쳐들고

하늘의 뜻

귀 기울여 잘 듣는다.

 

지친 이에겐

그늘을,

까치들에겐

쉴 자리 내어주며

 

가을엔

혼신의 구조조정

봄에 쓸 힘

차곡차곡 모아둔다.

 

혹독한 겨울

수피 벗겨지는 아픔

홀로 견디며

그렇게 천 년을 이어간다.

 

그것은 순리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