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여행
적도의 단상
능선 정동윤
2016. 6. 15. 08:40
적도의 단상
적도의 해는 정오를 중심으로 저공 비행하며 햇살을 난사하지만 열대우림은 개발의 굴삭기 소리가 더 무섭다
구름은 매일 한 번씩 비를 만들어 더운 땅을 식혀 주지만 열대야는 자주 냉방기를 멈추게 한다.
짙은 나무 그늘도 바람이 없으면 냉매 빠진 에어컨, 그래도 아침 저녁의 선선한 기온은 놀이터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태양을 피하려는 소극적 태도로 우물거리다 배만 부풀어 오를 것 같아 새벽 6 시면 긴 산책으로 신선한 하루를 만난다.
가까운 숲,열대의 밀림은 중장비 없는 접근을 거부하며 자신의 속살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반구 한반도에서 사 계절 분주하게 보내다 여름 뿐인 적도 근처에서 춥고 배고픈 이야기나,겨우살이 걱정이나, 다음 해를 준비하는 숨가뿐 일정이 생략되니 걱정도 생활비도 한 계절 분이면 넉넉하다.
이제는 단순하게 살 나이,씨줄 날줄 매듭을 풀고 간단한 한 줄로도 견딜 수 있는 특별한 것도, 넘칠 것도,아쉬울 것도,부족할 것도 없는 수십 억 중의 한 생애는 오락가락 베틀의 북 같이 무명 몇 필 짜고 떠나는 존재 아닌가?
지구 온난화의 홍수에 열대우림은 노아의 방주,이제 덜 고단하고 수평선 보이는 곳에 앉아 뜨는 아침 해를 바라보기도 하고 무공해의 정갈한 공기 마시며 남은 천 마저 짜고 마무리 할 느긋한 삶을 선택해 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