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마주 앉은 그대
능선 정동윤
2016. 7. 5. 11:23
마주 앉은 그대
커피는
목구멍에서 입천정을 돌아
혀 끝으로 음미한 후
콧구멍으로 향이 빠져나와야
그 맛을 안단다.
예순이 지나고부터
산,들,강,바다가
더욱 고요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길이
한결 순해진 것 같다고.
뜨겁진 않아도
질곡의 날이 걸러진
머금은 입 안에서
진한 향으로 녹아
필터가 없어도
알갱이 남지 않은
간결한 인생의 맛처럼,
드러낼 높은 산도
깊숙이 감출 바다도
찾아 다닐 들판도
기다릴 강물도 없는
소박한 날을 수확해
뜨거운 삶,
마지막으로 태워
제 깊은 검붉은 향
조용히 간직한 원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