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여름에 생각나는 겨울나무

능선 정동윤 2017. 7. 11. 20:41

 

 

 

여름에 생각나는 겨울나무

 

 

이파리는

불안한 비정규직

세 계절 고용에

찬바람 안고 쫓겨나고,

 

연륜의 줄기는

땅속에서 가지 끝까지

그물 같은 물길 모두 비우고

빈 가지로 서 있는

나무의 겨울,

 

열매마저 멀리 날아간 뒤

날씨는 더 매서워지지만

멈출 수 없는 삶

뿌리가 보내주는

연금 같은 겨울 양식

비둘기처럼 쪼아먹으며

 

까칠한 겨울나무

차갑고 쓸쓸해 보이지만

실은 부담 없이 편안한

땅속의 겨울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