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뻐꾸기 소리
능선 정동윤
2019. 5. 17. 12:41
뻐꾸기 소리
뻐꾹뻐꾹
애잔하게 들리는
뻐꾸기 소리에
오월 중순의
아카시 꽃 하얗게 질린다
하얗게 하얗게
밤을 새워
꽃잎 곱게 키울 때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가
초토화되는 걸 보았다
탁란의 뻐꾸기 알을
밀어냈다고
겨우 만든 보금자리를
재개발 현장 굴삭기처럼
마구마구 부숴버린다
거구의 뻐꾸기가
오월의 눈부신 하늘 아래
애잔한 목소리로
초록 숲 저 멀리서
온 산 들썩이게 한다
남의 둥지를,
탁란 무시한 상대를,
파괴 응징하는 본능
귀 막아도 파고드는
거대 노총의 집회 소리
쉰 넘긴 아카시 나무
오만과 독선의
뻐꾸기 소리
귀를 막으며 참아도
꽃잎 파르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