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17. 12:47

꼬마 등산

 

벚꽃이 지고

버찌가 빨갛게 익어가는 오월 초

 

꽃과 곤충 그리고 산새들이

폭죽 터지듯 나타나는 계절에

여섯 명의 인솔 교사와

52명의 6,7세 아이들과 함께

서울의 사내산 중

서쪽 우백호

인왕산 기차바위에 올랐다.

 

여섯 명의 노련한 목동들이

세상모르는 양떼를

화강암 웅장한 암벽 덩어리

길게 뻗는 칼바위 능선

기차바위로 인도하였다.

 

봄 철

아이들을 위협하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도

오늘만은 산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바위 부스러진 왕모래가

엉덩방아를 수십 번 찧게 하지만

솜털 같은 아이도

황소 같은 아이도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하늘이 저토록 푸르고

우리가 가야 할

기차바위가 저곳에 있는데...

 

목동들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숲에서 단련된 아이들의

단단한 다리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는

생글생글 웃으며

진지하게 밧줄 잡으며

손바닥으로 바위를 짚으면서

결코

포기와 좌절을 보이지 않았다.

 

긴 기차바위에

한 줄로 나란히 서서

만세를 부르고 싶었지만

안전이 성공보다 우선이라

한 명 한 명 통과하여

기차바위 정상 등정에 만족하였다.

 

그리고

힘차게 우렁차게

만세를 불렀다.

 

아이들의 자신감

어려움을 극복한 성취감

오늘 기차바위 등정으로

또 한 뼘 훌쩍 자랄 것이다.

 

가을에는

최고봉 치마바위에 올라볼까.

(새솔 어린이집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