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인왕산 야경에 취하다

능선 정동윤 2019. 5. 18. 10:20

인왕산 야경에 취하다

 

 

별이 없는

서울의 밤하늘

꿈을 향해 걸어가는

먼 길 혼자 걸어야 할

난 무엇을 바라볼까

 

삼 월 십삼 일

음력 이월 초이레 밤

긴 궁리를 마치고

있는 힘을 다해 걷자며

술잔을 비웠다.

 

말간 상현달

듬성듬성 빛나는 별

이 밤 인왕산 오르고픈

끌어오르는 생각

전혀 거부하지 않았다.

 

꽃샘바람에

쓸려 간 미세먼지

추위에 놀란 개구리도

다시 물 아래로 피했지만

의미를 꺼내 입었다.

 

좌우로 몰아치는

하얀 기차바위 바람

일상복 차림

등산화 신지 않아도

의지를 담아 산에 올랐다.

 

인왕산에 와서야

서울의 밤 하늘

강물 같던 은하수가

사라진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많은 별들

지상으로 내려와

큰 건물이 되고

작은 가로등이 되어

불빛 호수를 만들었다.

 

반달과 희미한 별빛

도시의 불빛 바라보며

정상에서 모은 손

순례의 길 걸어보자는

나에게 한 소박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