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김장 여행
능선 정동윤
2019. 5. 18. 11:27
김장 여행
김치통을 차에서 내리니
외갓집 텃밭의
그리움이 물씬 풍겼다
손 시리도록 준비하신
팔순 외숙모 고마운 마음도
얼른 따라 내렸다.
오늘 새벽 김장 생각에
잠 설치다 내려왔는데
사진이 필요한 봉사활동처럼
잘 준비된 행사는
절인 배추에 양념 버무리며
금방 마쳤다
김장 여행은
김장 회식으로
여동생들의 손끝에서
세월을 삶은 돼지고기
정성으로 양념한 굴
갓 따온 배추
흰쌀밥과 고깃국
그리고 목청 높인 추억들
입안 가득 쌈 사 먹었다
김장을 마치고
마을 한 바퀴 돌며
어릴 적 추억 떠올리니
한참 짧아진 골목
휠씬 얕아진 우물
더 좁아진 마당을
길게, 깊게, 넓게 펼치며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올겨울
고향 냄새 가득한
김장 김치는
보약보다 좋은
밑반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