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을비 창경궁
능선 정동윤
2019. 5. 18. 12:29
가을비 창경궁
가을비 내리는 고궁
고려 때는 수강궁
좁은 궁 크게 넓힌 성종 임금
서거정이 이름 지은 창경궁
가장 오래된 역사
햇볕에 바랜 명정전
변함없이 동쪽 바라보며
궐 밖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용마루 없는 지붕
통명전 안주인 인현왕후
질투의 장희빈 저주도
치마폭에 품는다.
가을비에 젖은 문정전 앞뜰
사도세자의 절규에
회화나무도 뻗기를 멈추고
먹구름 아래 몸을 비튼다.
대왕대비 대비 왕비
왕실 가정사 가득한 뜨락
왕이 승하하고 또 태어나고
비가 내리고 센 바람이 분다.
온실 유리창 밖
가을비 사납게 몰아쳐도
곱게 젖은 단풍처럼
우리도 주눅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