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솔잎 하나에

능선 정동윤 2019. 5. 18. 12:52

솔잎 하나에

 

 

한가위 앞둔 저녁

남산에 둥실 뜬 서울의 달

떠들썩 매미가 떠난 뒤

풀벌레 소리 애잔한 숲길

 

어둠을 헤치고 걷는데

마른 솔잎 하나

소리 없이 내 어깨를 툭 치고

땅 위로 떨어진다.

 

포수의 싸인과 달리

실투한 야구공같이

배려 없이 나온 말은

되돌릴 수 없는 불신의 화살

 

붓질 잘못한 도화지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자꾸만 덧칠 하는 일도

배려하지 않는 두꺼운 얼룩

 

가로등 큰 길에서

다시 줍는 튀틀린 솔잎 하나

바람 따라 살아온 모습

가만히 놓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