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참 느리고 긴 등산

능선 정동윤 2019. 5. 19. 14:47

참 느리고 긴 등산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에

다녀온 후

오늘 아침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 따라 어제 산행이

창가에 물방울처럼 맺혔습니다

 

어제의 여행은

북한산을 오를 때

늘 앞장서서 먼저 가며

일찌감치 목적지에 닿아 우리를

기다렸던 친구의 제안입니다

 

출렁다리까지

수많은 계단을 오르는데

스무 계단을 오른 후

암 투병 중인 그 친구는

무력한 다리에 힘을 모으느라

한참을 쉬어야 했습니다.

 

다시 오르고 또 쉬고

우리도 그 속도에 따라

천천히 천천히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계단을 올랐습니다

 

다 오른 뒤에

지친 친구가 누워

긴 휴식을 하는 동안

자원한 보초 한 명을 세워두고

출렁다리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참 느리고 긴 산행이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암 투병 하는 친구는

또 어디가 가고 싶다고

우리에게 제안할 것입니다

 

"친구야, 좀 쉬어라"

이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