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저녁 산책길에서
능선 정동윤
2019. 5. 19. 15:06
저녁 산책길에서/정동윤
스물넷의 눈부신 신부
어느새 까만 염색약이 필요한 나이
면사포 벗고 장모님 떠나
나와 함께 보낸 긴 여정
38년을 흘러오는 동안
바람 불고 파도 치는 날도 있었지만
생각하면 한결 같은 연민들
그 잔잔한 파문이 그립기도 하네요
아이들은 오동나무처럼 자랐고
우리도 흔들리는 눈빛 이해하며
돌담 같은 신뢰가 쌓여
이젠 안전한 울타리로 느껴지네요.
풀향 진한 숲 속을 지나
가로등 환한 남산 산책길에서
아궁이 불씨 같은 시내 내려다보며
당신, 팔짱을 꼭 끼었지요.
멀리 사는 큰 아이 생각에
이따금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만
새 삶을 출발하는 둘째의 뒤에서는
보기좋은 풍경이 되어 주자며.
크나큰 성취의 과욕보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 가는 일
그 하루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꼭 알려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