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나비, 숲으로

능선 정동윤 2019. 5. 19. 16:47

나비, 숲으로

 

 

지난 겨울

인왕산 숲체험장 가는 길

꺾어진 산초나무 가지에 매달린

번데기 하나

 

가지째 꺾어와

빈 생수병을 보금자리 삼으니

찬바람도

무심한 손길도 닿지 않았다.

 

틈만 나면 들여다보며

꿈꾸는 아이처럼

봄을 기다렸다.

 

왕벚나무 꽃잎 흩날리는 날

바위보다 무거운 정적을 뚫고

번데기 껍질 갈라지는 순간

우주의 빛이 번쩍 지나갔네.

 

물병에서 빠져나온

가는 나뭇가지의 침묵

천천히 껍질 벗은

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 떠올랐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 눈빛에

젖은 날개로

인사하듯 맴돌다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