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문형산 야외 수업

능선 정동윤 2019. 5. 19. 19:37

문형산 야외 수업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작은 야산,

야생의 동물을 강의해 주실

열정 교수님의 교실은

굽이굽이 고갯길이 끝나는

복사꽃만 만발하면

무릉도원 같은 마을이었다.

세상의 어지러움 벗어두고

나무와 새와 곤충 그리고 야생동물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보면

일상은 깨끗이 헹궈지는

뽀송뽀송한 날로 채워지고

느리게 도는 시계조차

거꾸로 돌리는 여유로움이

보글보글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한나절 숲 언저리에서

호랑버들과 갯버들의 봄맞이 모습이나

토끼와 고라니의 배설물 비교하고

숲속의 무법자 칡 줄기를 채취하며

붉은배새매와 말똥가리의 영역인

짓무르도록 파란 하늘 아래

골짜기와 능선의 오솔길을

유치원 소풍처럼 줄이어 걸었다.

 

나누기 좋아하고

숲의 염색체가 진하게 묻어나는

독특한 향기를 지닌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찾아와서

야생의 삶을 관찰하고 배우고

짧은 휴식마저 잔치로 만드는

인정 넘치는 점심을 마치고

가을의 흔적 그대로 남은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았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봄 산에서도 터져 나오는

가을 시 한 토막 남기고 내려온

산 아래 습지엔

개구리 알 도롱뇽 알들이

내일을 준비하는 인내로

빈틈없이 똘똘 뭉쳐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남한산성의 잘 조성된 도로 위로

폭발적인 웃음들

차창 밖으로 날리며

깊숙이 숨은 카페

'메종드포레'에 도착했다.

너른 마당에 말을 묶어두고

격조 있는 커피와 우아한 대추차

귀부인처럼 마시고

선비처럼 즐기다

꽉 막힌 도로를 우회한 귀갓길은

삶의 연륜이 벤 입담으로

존재와 숲을 더 단단하게 엮은 뒤

돌아온 천호동 골목에서

얼큰한 대구탕으로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