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대통령
"담쟁이" 대통령
우리 문대통령께서 문화체육부 장관이신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낭송하시는
모습을 녹화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그 시를 눈감고 외울 정도이다.
다만
담쟁이는 스스로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막대기나 담벼락,
다른 나무나 기댈 것이 있어야
어디라도 오를 수 있다.
막대기가 짧으면 짧게 오르고
벽이 넓으면 넓게 퍼질 수 있다.
누구를 딛고, 무엇을 붙잡지 않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담쟁이이다.
스스로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척추를
곧추세우며 살아가는
이 땅은 그 흔한 민초
민들레나 질경이와는
사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나는 나의 시선으로
담쟁이를 보았다.
담쟁이/정동윤
척추가 없어
늘 기대기만 할 뿐
단 한 번도
스스로 일어선 적이 없었다.
조심스러운 손길
초록의 벽을 짚으며
다 덮었노라
까만 열매 흔들어보았지만
새로운 영역,
허공으로 내디딜 땐
자주 갈팡질팡하는
덩굴의 비애 눈물겨웠다.
하늘에 향해
어디서나 피워내는
꼿꼿한 민들레의 용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주어진 생명,
얹혀사는 아픔를 딛고
정겨운 햇살 보듬으며
오늘도 조심스레 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