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담쟁이" 대통령

능선 정동윤 2019. 5. 19. 21:20

"담쟁이" 대통령

 

우리 문대통령께서 문화체육부 장관이신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낭송하시는

모습을 녹화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그 시를 눈감고 외울 정도이다.

 

다만

담쟁이는 스스로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막대기나 담벼락,

다른 나무나 기댈 것이 있어야

어디라도 오를 수 있다.

 

막대기가 짧으면 짧게 오르고

벽이 넓으면 넓게 퍼질 수 있다.

누구를 딛고, 무엇을 붙잡지 않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담쟁이이다.

 

스스로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척추를

곧추세우며 살아가는

이 땅은 그 흔한 민초

민들레나 질경이와는

사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나는 나의 시선으로

담쟁이를 보았다.

 

담쟁이/정동윤

 

척추가 없어

늘 기대기만 할 뿐

단 한 번도

스스로 일어선 적이 없었다.

 

조심스러운 손길

초록의 벽을 짚으며

다 덮었노라

까만 열매 흔들어보았지만

 

새로운 영역,

허공으로 내디딜 땐

자주 갈팡질팡하는

덩굴의 비애 눈물겨웠다.

 

하늘에 향해

어디서나 피워내는

꼿꼿한 민들레의 용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주어진 생명,

얹혀사는 아픔를 딛고

정겨운 햇살 보듬으며

오늘도 조심스레 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