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겨울 보내기

능선 정동윤 2019. 5. 19. 21:20

겨울 보내기

 

 

몹시 추운 날,

방바닥엔 안경이 뒹굴고

읽다 만 책이 여기저기

휴대폰은 파랗게 충전되어

외출을 기다리는데

노트북은 잠이 들었다.

 

문틀 철봉에 매달려

딱딱해진 뼈를

이따금 흔들어 주지만

책 읽는 자세는

엎드리거나 기대거나

자꾸 무너져 흐른다.

 

이따금

바깥을 힐끔거리지만

나갈 명분이 약하다.

읽지 않은 책이 무거워

더 근질거리는 다리

현관문을 확 젖히고 싶다.

 

저녁 무렵에야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니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