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19. 21:22

독작

 

 

혼자 있는 오늘

지난날을 조금 꺼내보았다.

 

젊은 시절

소공동 일대에서 일을 했었다.

점심때가 되면

우르르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임원들은 일식집이나 복요리집에 ,

과부 장들은 삼계탕집에,

새파란 우린 순두붓집이나

칼국숫집을 자주 찾았었다.

언감생심 복요리집은

꿈도 꾸지 못했고

삼계탕 정도는 먹어야겠다며

밤낮없이 일 한 적이 있었다.

 

40 년 세월이 흘러

북창동 그 삼계탕집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

반가운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다.

토요일 저녁이라 한산하였고,

쥔장은 반찬을 내놓으며

인삼주 한 잔도 가져왔다.

삼계탕 기다리며 감회에 젖어

인삼주 한 잔 홀짝 마신 뒤

한 잔을 더 청하니

소주 반병 분량의

인삼주 한 병을 두고 간다.

 

예순 고개 넘기고도

멈출 수 없는 걸음을 걷다

주변을 돌아보니

친구들과 좀 떨어져 나와

숲 좋아하는 사람들과

뭉쳐 다니다 헤어진 뒤

삼계탕을 앞에 놓고

그림자도 달도 없는

눈이 오다 그친 밤에

술병은 비고 외로움은 커진다.

 

추억의 삼계탕보다

인삼주 한 잔 더 청했는데

아예 한 병을 갖다 주는

그 넉넉한 인심이 고마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뒤

휘적휘적 걸어오는 귀갓길

평창올림픽 참가하는 북쪽 소식에

반가워 나뒹구는 한반도 깃발,

차가운 벽돌의 보도 위

나뒹굴어도 왜 당당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