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원대리 자작나무의 고백2

능선 정동윤 2019. 5. 20. 19:47

원대리 자작나무의 고백 2

 

 

좀 피곤합니다

겨울엔 저희는 자고 있어요

이파리 다 떨구고

영양은 뿌리로 다 보내고

선 채로 잠자고 있습니다.

 

귀족 가문으로 태어나

자는 모습이 초라하진 않지만

그래도 피부가 촉촉해지고

윤기가 흐를 때,

 

이파리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줄기는 영양 분주히 나르는

건강하게 보일 때

그때 오세요.

 

새나 곤충도 찾지 않고

나뭇가지도 쉽게 부러지는

차고 메마른 계절에

유독 사람들만 오십니다.

 

비몽사몽 선잠 자며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나른하고 무기력한 모습

담아 가시더라고요.

 

좀 부끄러웠어요.

시중에 떠도는

겉모습 사진만 보고

줄지어 찾아오시는데

저흰 참 피곤합니다.

 

기대하고 오시겠지만

활엽수인 자작나무는

겨울에 좀 자야 하거든요

사실 많이 지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