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20. 19:54

시집살이

 

 

휴대폰 메모 밭에

글의 씨를 여러 이랑 심어놓았다

지하철 속에서도

버스에 앉아서도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톡톡톡 몇 고랑씩 일구다 보면

내릴 역 지나치기도 한다.

 

손바닥 울타리 글 밭에

방울토마토 같은 시도

감자 같은 수필도

배추 같은 여행기도

쑥쑥 자라고 있어

시도 때도 없이

호미질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휴대폰의 창고에서

차곡차곡 꺼내

고르고 다듬고 일구어

시집 만들어 봐도

먼지만 뒤집어 쓴다니

힘든 세월

참 어려운 시집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