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안면도행
능선 정동윤
2019. 5. 20. 20:06
안면도행
이제는 가을
노동의 엽록소 공장들
화려한 단풍으로 이별 파티를 한 뒤
모두 낙엽으로 흩어지는 시절,
배 만들고 궁궐 짓는
안면송을 만나러 갔다가
그리움의 산다화
애절한 사랑의 꽃 탕춘화를 피우는
동백나무 숲에 갇혀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하였다.
동박새와의 슬픈 전설 던져주고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건너편 수목원에 들어서자
다시 한번
두꺼운 이파리의 나무들
싱싱한 수종들에게 포위당했다.
종가시나무 꽝꽝나무 구골나무
그리고 먼나무도 보였고.
이들은 먼 남쪽의 종족들,
어느새 안면도에 상륙하며
사시사철 뜬 눈으로
호시탐탐 수도 서울을 점령하려는
온난화의 첨병들,
이곳저곳 정보를 수집하고
살그머니 빠져나왔네.
동백꽃이 그립거든,
남쪽의 나무들이 보고 싶거든
바닷가 안면도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