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길 위의 묵상

능선 정동윤 2019. 5. 20. 20:08

길 위의 묵상

 

 

혼자 걷는 길

내가 나를 찾아가는

유일한 묵상의 여정

무질서한 상념들이

차분히 빗질 되는

한강공원의 물억새 숲

 

정제되지 않는 언어나

날카로운 냉소가 정화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반포대교를 건너면

쉬 잊을 수 없는 아픔마저

맑게 고이게 하는 전쟁 박물관

 

이따금 가슴 통증이

쩡하게 울려 퍼지고

무릎에서 반짝하며

번갯불로 전하는 고뇌나

갈대처럼 속삭이는

고관절의 사무치는 외침도

수용되는 정화의 시간

 

눈이 두려워하는 먼 길도

발은 온몸의 무게를 받으며

외로움과 그리움 버무리고

걷고 또 걸어 내 굴속의

마지막 문 잠그고

고단한 몸을 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