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20. 20:32

개점휴업

 

 

요즘도

대장장이처럼 새벽까지

시를 만들어 보지만

생활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슬쩍 쳐다보긴 해도

관심 없는 물건이라

그냥 주어도 고개 돌린다.

가끔 들고만 다녀도

고상하게 봐 주긴 한다.

 

공방에 홀로 앉아

애써 작품을 만들어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오래된 사양산업이라

배고픔 참으며 계속하자니

밑동까지 흔들린다.

 

시간을 빻아

내 몸속의 언어를

거미줄처럼 뽑아보지만

뜨겁게 흐르던 언어는

종양처럼 자라

젖은 가슴을 찌른다

변두리 작업실에서

눈의 실핏줄 터져가며

뚝딱뚝딱 몇 점씩 만들지만

늘 허기지고 목이 마른다.

 

간판 있으나 마나

시인은 늘 개점휴업

바겐세일을 지나

이젠 땡처리하고

마음 가난한 동네로

아니면 아이들 노는 숲으로

일거리 찾아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