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낙화/이형기

능선 정동윤 2011. 8. 17. 12:19

낙화/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을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