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23. 14:49

황산 3일째

 

 

새벽 5시에 근모 솔향 근엽이와 나는

가이드와 함께 사자봉에 올라

일출을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

예정된 허탕이었다.

일출 볼 확률 20%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황산의 새벽 풍경을 보기 위해

새벽 길을 나섰고

구름인지 안개인지

희뿌연 황산은 우리에게

새벽 풍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딱 열흘 간만 황산에 머물면서

세상의 번뇌를 모두 벗어 던지고

죽장을 집고 황산의 구석구석

느리게 다녀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의 남은 여정은

같은 곳을 다시 가기로는

갈 곳이 너무 많아

지금 머무는 곳이 언제나

마지막 여행지처럼 즐긴다.

 

체크아웃하고 시신봉

(믿음이 시작되는 봉우리)

으로 가면서

다시 황산의 풍경에 빠지며

우산송,흑호성 등 황산의 명품

소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어제는 절경의 앞산의 일부를 보았고

오늘은 뒷산의 명소를 구경하면서

백아령에서 운곡사역까지

운곡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는 길에

물기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으며 그 웅장함에

감탄사를 연신 뿜어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로 내려와서

죽제품 매장에 들러 지루한 상술을

견딘 후 서둘러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발마사지를 즐기다

비 오는 고속도로를 3시간 반가량

달려 항주에 왔다.

(100일 만에 만든 고속도로.)

 

저녁을 일찍 먹고

송정가무쇼을 보고

마르코 가든 호텔로 들어와

우리 방에서 남은 소주 병을 비우고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