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원대리 자작나무의 고백

능선 정동윤 2019. 5. 25. 08:52

원대리 자작나무의 고백

 

처음엔

대들보나 기둥 같은

건축재가 되고자 하였지요.

오지의 햇살 받으며

없는 놈들끼리

어깨 부딪히며

하늘만 쳐다보면서

무섭게 일만 했답니다.

 

느티나무처럼

혼자 지내는 일은

외로움이 너무 깊어

모여서 모심기하는

흰옷 입은 농부들처럼

흙먼지 묻히며

산자락 오르내리며

몸집 키우기에 열중했지요

 

누군가

전기톱 들고 오는 날이면

산기슭, 계곡, 능선

가릴 곳 없이 모두 모여

밤새도록 농성도 하였고요

명분이야 좋았죠

지구온난화 예방!

이산화탄소 흡수!

숲속의 건강회복!

 

다행히

이젠 데모나 농성,

생계용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생겼으며

거친 무명옷 대신

부드러운 옷으로 갈아입고

자작자작 잘 타는

내 속의 불길 조심합니다.

 

신방에 불 밝히는,

사랑이 시작되는 나무,

나뭇잎 떨어져 헐벗어도

아름다움 변치않고

늘 단정한 기품으로

철따라 손님맞기에 바쁜

인기좋은 숲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