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걷기
입춘 걷기
방배동 성당에서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가한 뒤 효령대군의 사당인 청권사를
시작으로 남산까지 걷기로 했다.
효령대군은 조선 3대 왕 태종의 둘째 아들로
형 양녕의 방탕한 일탈로 세자 계승
일순위에서 동생 충녕(세종대왕)이 세자로
결정되자 한강을 등지고 살았다고 방배동이라는 얘기도 있다.
(우면산을 등진 동네라는 뜻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91세까지 장수하였다.
욕심을 내려놓고 불교에 심취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
100세 시대라는 오늘날에도 며칠 전에
강봉균 전 장관이 73세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는 한참동안 멍하였다.
누구나 여유롭고 근사한 노년기를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 주변의 대부분은
노년기를 쓸쓸하고 적막하고 우울하게
보낸다고 한다
오늘은 청권사, 서리풀공원,몽마르뜨공원
고속터미널,반포대교,이태원,경리단길,
남산 소월길,후암동으로 가기로 했다.
서초의 우릿말이 서리풀이다. 지난 주에
내린 눈이 꽁꽁 얼어 있다가 입춘 날씨에
풀려 흙길이 몹시 질척거렸다.
이를 춘니라고 하는데 공원 두 곳을 지나는
내내 춘니에 시달렸다.
한강을 지나 녹사평로의 어느 담벼락에서
담장이 덩굴의 흡착근(공기뿌리)을 유심히
살펴 보기도 하고, 늘푸른 사철나무와 크기
대비 열매가 가장 많이 열린다는 피라칸다의 풍성한 열매에 발길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 옆에 남천도 빨간 열매가 많이 매달려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 양식을 제공한다.
녹사평역 근처에서 외국인학교 학생들과
길거리 인터뷰를 한 뒤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하기에 '건강한 자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인생을 살아간다'고
말한 뒤 경리단길 지나 소월길로 올랐다.
전망 좋은 곳에서 용산지역을 굽어보다가
80년 정도 수령의 상수리나무가 나이테 드러내고 톱질 당하고 있어서 쪼구려 앉아
나이테를 세어보기도 하였다.
남산 도서관 앞을 지나 집에 오니 15Km
정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