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설경 속 홍매화

능선 정동윤 2019. 5. 25. 09:55

설경 속 홍매화

 

눈 오는 날

홍매화를 보러

꼭 오겠다는 약속

눈 내린 오늘

북한산행 마치고

가기로 했다.

 

비봉 오르는

금선사 옆길은

초보 시절의 단골 코스

보기 힘든 설경 만나러

낯익은 바윗길로 올랐다

 

그림은 비봉부터

비경의 산수화로 펼쳐진

아슬한 백운대 일대

중간의 문수봉과 의상능선

가깝게 돌아보면

비봉과 수리봉까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흑백의 조화

 

누군가 먼저 그려 놓은

흙과 눈이 섞인

부드러운 눈고물 선을 따라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비봉,사모바위,승가봉

청수동암문,대남문,

부록 같은 문수사를 그리고 나면

화폭의 나머지는 여백

 

문수봉 여백 틈으로

하산하는 구기계곡

볼 때마다 이름 읊조리는

'고광교, 국수교, 돌단풍교

우정교, 귀룽교, 버들치교, 박새교'

탐방로 안내센터에서

고마운 이이젠을 벗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2년 전 가을

홍제천 벽화를 그린

인왕제색도를 사랑하는

어느 화가와의 약속

뜯어 먹을 게 많은

갈비탕 같은 친구들과

오늘에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