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바람이 없어도 흔들린다

능선 정동윤 2019. 5. 25. 09:58

바람이 없어도 흔들린다.

 

작은 울타리 무너질까

고요한 하루를 빼앗길까

바람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빈 공원의 정막

소나무는 점점 짙어지고

느티나무는 더 가늘어진다.

 

개나리 덤불에

목이 컥컥 막히는 저녁 해

흔들리며 바라보는 산정

어둠은 낮게 엎드려

초저녁별을 기다린다.

 

내 생애의 어느 자리에

머물고 있을까?

밤하늘 긋고 가는

별똥별 떨어지는 그곳

잠들어야 갈 수 있는

마지막 여정이기를

 

잎도 줄기도 뿌리도

찬 서리에 침묵하는

잠들지 못하는

나무의 밤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