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25. 10:03

노란 방석

 

올해의

첫 약속을 지키려고

남산 3호 터널을

통과하자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추었다

 

압구정동 버스정류장

차가운 긴 의자에

누가 갖다 놓았는지

노랗고 깨끗한 방석 하나

따뜻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마저

귀한 손님 대접하듯

이른 새벽 바쁜 마음도

밤늦은 피곤한 다리도

잠시 쉴 수 있는 방석

 

손수건 가슴에 달고

엄마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입학식 날처럼

아내의 손을 잡고

처음 교회로 가는 날

노란 방석의 배려

참 포근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