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떨어진 장갑
능선 정동윤
2019. 5. 25. 10:07
떨어진 장갑
겨울 아침
길모퉁이에 떨어진
장갑 한 컬레를 보았다
한 때 주인의 손에서
애지중지 귀여움받았을
등산 장갑
배낭 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관리 되다
잠시 눈에 띄지 않으면
화들짝 놀라
가방 뒤지고 다시 현관문 열어
온 집안 들쑤셨을 장갑
주인의 보호와
따뜻한 관심에서 벗어나
길모퉁이에 떨어지니
지나가는 고양이도
손 시린 노숙자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장갑은
그 주인 손에서만
낡고 닳아도 소중하다
내 인생이
내 손에 있어야
진정 내 삶이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