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9. 5. 25. 13:09

굽은 나무

 

바람이 데려왔는지

다람쥐가 물고 왔는지

직박구리가 품고 왔는지

 

야트막한 뒷산

양지바른 언덕에 옮겨진

씨앗 하나 간신히 뿌리 내렸다.

 

어느 해 불쑥

마을 사람들 눈에 띄어

고마운 눈길 부끄럽기도 하였다.

 

껍질은 두껍고

모양도 기울어져

하늘 볼 때마다 불편했는데

 

곧게 자란 나무들

도시로 해외로 빠져나갈 때

딱딱한 옹이 통증이 심했다.

 

바람 불면 흔들리고

눈 내리면 휘어지고

비가 오면 마냥 젖기도 했다

 

높이 오르기보다

살아남으려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가지 뻗고

이파리 만들어 떨구는 일

누군들 하지 않으랴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

뿌리 뽑히지 않으려는 뒷모습

고맙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