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국지성 낙엽 주의보

능선 정동윤 2020. 11. 4. 12:03

국지성 낙엽 주의보

가을비 지나가고 찬바람 부니
낙엽비가 소나기처럼 내렸다.
유아숲 시멘트 수로에는
원색의 낙엽비가 콸콸 흘러내리고
팽나무 언덕과 갈참나무 능선엔
양탄자처럼 낙엽이 폭신하였다.

내가 즐겨 다니던 숲 오솔길엔
성가셨던 거미줄이 사라지고
무성한 나뭇잎에 가렸던
건너편 풍경들이
철새처럼 찾아와 고개 내밀고
우리 숲을 들여다본다.

친구야, 내가 숲에 갇혀
자유마저 구속되었다 여기지 말게.
숲에 갇혀야 오히려 자유로운 날세
멀리 찾아가고픈 풍경이 아니라
내가 풍경이 되는 풍경 속에서
자유보다 더 자유로운 구속을 즐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