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비 내리는 가을산 북악

능선 정동윤 2020. 11. 5. 11:35

비 내리는 가을산 북악

가을비 내리는 북악
단풍도 젖고 낙엽도 젖고
산길 야자매트도
도성길 오르는 등산화도 젖는다
우산이 있어도 젖고 없어도 젖어
한양도성 먼 풍경들이 모두 지워졌다

산성 돌지붕 위의 빗소리
유난히 크게 들리는 촛대바위 빗줄기
비가 내려도 젖지 않은 건
모처럼 동행한 친구와
두런두런 나누는 우리 목소리 뿐
우정은 비에도 젖지 않는구나

쉼없이 내리는 가을비
등 뒤 북한산이 다가와
막힌 길을 열었다는 소식 듣고
삼청 계곡 하늘 길을 가르킨다.
산 찾는 사람들의 눈길도
새 길이 궁금해 함께 바라본다.

낙엽 위의 맑은 빗소리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가슴으로
산성 너머 새 산길 접어두고
우정어린 발길은
붉게 일렁이는 단풍의 강물
와룡공원으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