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낙엽길 걸으며

능선 정동윤 2020. 11. 5. 11:55
낙엽길 걸으며.


꽃잎 떨어지는 날도
나뭇잎 무성한 날도 갔다
드디어  단풍의 날이 오고
추운 계절 앞에 서성이는 어둠도
점점 빨리 내려온다.

나뭇잎 떨군 가지에
서리 같은 가을의 그리움
아무리 달래봐도
빈 하늘에 박힌 낮달처럼
볼수록 창백해진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산기슭엔 겨울이 쌓이겠지만
사람들이 떠난 숲
꽁꽁 언 땅속에서는
다시 봄의 씨앗들 꿈틀거리겠지

봄여름 지나 가을
어김없이 돌아오는 겨울처럼
세월의 화살 끝에 묻은 망각에 쏘인
나도, 비명에 간 인왕산 멧돼지도
비틀거리며 낙엽 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