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을 대관식
능선 정동윤
2020. 11. 9. 09:07

해마다 이맘때면 아이들과
예쁜 단풍 잎으로
나뭇잎 왕관 만들기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힘들게 보낸 아이들에게
격려의 왕관을 씌워주고 싶었다.
일요일 오후에
가을이 무르익는 남산에서
노란 은행잎,
알록달록 담쟁이 잎
무지개 색깔 벚나무 잎,
빨간 남천 열매, 화살나무 잎
갈색의 느티나무 잎,
큼지막한 칠엽수 잎,
초록 빛깔 조릿대 잎,
두꺼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잎,
고운 낙엽 잔뜩 모아도
단풍나무는 떨어진 잎이 없어
직접 따야 했다.
해가 짧아지면서
나무는 떨켜를 준비하여
체관을 막아 단풍을 만든 뒤
낙엽을 지상으로 보내는데
단풍나무는 떨켜가 잘 생기지 않아
이듬해 봄 새싹이 날 때까지
많은 마른 잎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붐비는 산책로에서
사람들이 휴대폰에 담아가는 가을을
난 어린 공주와 왕자를 위해
검정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왔다.
내일 아침 갑자기 춥더라도
유쾌한 미래들이 숲에 오면
가을 최고의 선물
단풍 왕관 쓴 그들과
유아숲 낙엽의 물길 따라
왕족처럼 행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