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화가와 시인

능선 정동윤 2020. 11. 9. 16:30

화가와 시인

손끝으로 그리나
손끝으로 적어나
풍경을 담아내는 감성은
눈으로 오리고 손으로 붙여내는
깊은 영감으로 서로 닮았다.

언제나 풍경이 먼저 말을 건다
'나를 데려가 주세요'
붓끝으로 데려오는 화가와
볼펜 끝으로 이끌고 오는 시인이
인왕산 언덕에서 풍경으로 만났다.

가을 숲을 눈앞에 두고
밀레의 '만종'을 생각하고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를 떠올리는데
공기는 흐르지 않고
마음은 하늘 끝에 닿는다.

문득 가까운 풍경들이
'나를 꼭 데려가 주세요'
단풍과 낙엽으로 유혹하니
화가는 단풍에 물들고
시인은 낙엽처럼 소리냅니다.

어쩌면 그들
시를 읊고 풍경을 그리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상의 단면,
한 폭의 시화 같아
빈 가을의 벽에 걸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