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그리다 만 풍경

능선 정동윤 2020. 11. 26. 15:00


그리다 만 풍경

어느 가을날,
누군가 바람처럼
내 뜰에 들어와
내가 늘 바라보던 풍경
잔잔히 화폭에 담아 갑디다.

다 그리지 못한
단풍 고운 가을의 그림이었지요
풍경을 담는 그 모습이 좋아
나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그를 그렸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의 가을 풍경이
다 그려진 줄도 모르고
아직도 내 그림에는
그를 향한 그리움이
촉촉이 배어나고 있었죠.

언제 다 그릴 수 있을까
풍경과 풍경이 만나는
순수한 영혼을
붉은 단풍 다 바래지도록
여전히 미완성이었죠

그리다 그리다 못다 그린
아무리 그려도 보이지 않은
어느 가을날의 내 그림은
낙엽 질 때까지
낙엽이 까만 흙이 될때까지
다 그리지 못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