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능선 정동윤 2011. 8. 17. 15:32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디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 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볕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