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비 갠 날의 상념/정동윤

능선 정동윤 2021. 4. 23. 04:15




비 갠 날의 상념/정동윤

가끔 입 큰 막걸리 잔의 웃음과
빵 떡 면의 다정한 유혹,
사탕의 미소까지 챙기는
부드러운 혀의 주장은 달콤하다

혀의 환호에 이끌려
더 단단해지는 관상동맥
상복하는 아스피린의 노고에
구름 낀 상념들이 조금씩 벗겨져

비 갠 날 오후엔 풀숲 뒤적여
거친 씨앗의 성찬을 즐기는
들꿩의 맑은 눈빛처럼
꿩 꿩 꿩 자유롭고 싶구나.

숲으로 찾아온 아이들
초록 바다 나뭇잎 배에 태워
구름의 궁궐로 들어가는 꿈의 날개
여왕벌처럼 달아주고는

고향같은 소나무 숲 
남산의 서쪽 골짜기로 물러나
솔향 번지는 지는 해 노을 속에
홀로 적막해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