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수선화에게/정호승

능선 정동윤 2011. 8. 17. 15:54

수선화에게/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가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외로운 산그림자도 외로와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