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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구피 구피

능선 정동윤 2022. 8. 29. 14:16

구피 구피 구피/정동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부레옥잠과 구피 3 마리
얻어오던 날 저녁,
동창의 부고를 들었다

수많은 구피 떼에서
작은 컵으로 건져져
연고도 없는 아파트에 와서
꼬리지느러미 흔든다

구피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동창은
잘 모르는 그곳으로
숨 몰아쉬며 떠났다

커피 물 끓기 기다리며
가벼운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외면하고
눈을 닫아버린 그대여

어쩌다 같은 버스를 타고
하하 호호 웃으며
고속도로 달리던
평범한 때를 기억하는가

어느 결혼식장에서
결혼식보다 서로의 얘기에
더 정신 팔렸던
웃음소리 떠오르지 않는가

떠나보내는 슬픔보다
남은 안도감으로
날 위로하는 모순이여!
진정 그의 명복을 빌어본다.